[하루수다] 한국영화의 위기, 비겁한 변명입니다

하루 / 기사승인 : 2023-05-23 09:4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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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안주하지 말라!!

필자 하루의 ‘하루수다’는 일상생활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하루의 수다를 푸는 형식으로 올리는 글입니다. 특히 하루는 일본어로 ‘봄’이라는 뜻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필자 하루와 함께 일상생활의 수다를 풀어볼까 합니다. (편집자의 주)

  답십리영화미디어아센터 내 전시된 답십리영화촬영소 모형도 출처=해브투뉴스

 

한국영화가 위기라는 이야기가 최근 심심찮게 들린다. 흥행의 지표라 일컫는 천만 관객은 고사하고 백만 관객을 넘긴 영화를 찾는 것도 힘들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극장을 떠났던 관객이 돌아 올 것이라는 기대는 한국영화 앞에선 여지없이 무너졌다.

‘범죄도시2’ 이후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고작 ‘올빼미’ 한 편 뿐이다. 영화계의 시름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리바운드’, ‘드림’, ‘교섭’ 등의 영화가 감독의 명성과는 어울리지 않는 성적표를 받아 들고 한숨만 내 쉬고 있다.

연초 그 흥행의 자리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대신 이어받았다. 장년층의 향수를 일으킨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이 각각 400만명, 500만명의 관객을 끌어 들이며 흥행을 주도했다. 여기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3’와 ‘분노의 질주10’ 등 프랜차이즈 영화가 흥행의 바통을 이어받고 있다. 그 중에 한국영화는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 않는다.

왜일까? 여러가지 이유 중에 영화 티켓 값 상승이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영화 한 편 보려면 일반 상영관 기준 티켓 값만 1만 4천원을 지불해야 한다. 아이맥스, 4Dx 등의 포맷은 더 비싼 값을 받는다. 비싼 돈을 영화관에 뿌리느니 차라리 안방에서 편하게 보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진 이유다. 넷플릭스, 웨이브 등 OTT가 대안으로 제시되며 영화관을 찾는 횟수가 줄었다. 개봉한지 한달도 되지 않은 영화가 IPTV로 나오는데 굳이 비싼 돈 주고 영화관 갈 일이 없다는 얘기다.

정말 그런가? 일본 애니메이션과 헐리웃의 영화는 뭐가 다르길래? 우선 콘텐츠의 질이 다르다. 조그만 브라운관으로 보면 그 맛이 안나는 스케일을 뽐낸다. 극장에서 봐도 돈이 아깝지 않은 재미와 쾌감을 준다. 관객들의 선택 기준은 ‘돈 값하는 영화’가 된 것이다. 최근 한국영화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TV 드라마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매 그렇고 그런 소재의 뻔한 이야기가 화면을 채우는데 그걸 누가 극장에서 돈 내고 보겠는가? 몇 백억원을 들여 만든 드라마가 OTT를 장악하고 있는 형국에 언감생심 관객들 성에 차겠는가? 결국 한국영화의 몰락은 소재의 고갈과 자기 안주에 기인한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세계 영화계를 흔든 것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더 이상의 ‘봉준호’는 요원한 일이 되고 있는 거다. 다만, 우리는 세계 최고의 K콘텐츠를 갖고 있는 영화 강국이라며 자화자찬에 빠져 있을 뿐이다. 세상을 여는 눈을 뜨게 해줬는데 다시 고개 숙이며 눈을 감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누군가 최근에 본 한국영화 중 기억에 남는 작품이 뭐냐고 묻는다면 딱히 대답할 영화를 찾지 못한다. 그나마 영화는 아니어도 넷플릭스의 ‘더글로리’ 정도가 기억에 남는다. 한국영화의 위기는 그 자체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흥행을 하지 못하면 투자가 위축되고 투자가 줄어들면 그만큼 콘텐츠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안전한 소재만, 돈이 되는 영화만 만들려고 하다가 결국 이도저도 아닌 패착을 두게 된다. 영화 제작 편수는 급격히 줄어 들 것이고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고 떠나게 될 것이다. 한국영화의 몰락은 영화표 값이 많이 올라서도, OTT가 잘 나가서도 아니다.

스스로 안주하며 만족하다가 “이 정도면 됐지?” 하는 자기 최면의 결과다. 관객 수준을 너무 우습게 보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 잘 돌이켜 생각해 볼 일이다. 그나마 ‘범죄도시3’가 개봉을 앞두고 높은 예매율을 보이고 있다니 숨통은 트일 것 같다. ‘범죄도시’ 시리즈가 왜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지 잘 곱씹어 봐야 한다. 누가 봐도 작품성이 아주 뛰어난 명작은 아닌데도 말이다. 곧 여름 성수기다. 바라건대 좋은 한국 영화가 극장에서 기를 펴고 흥행을 주도하게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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