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수다] 한국교육, 챗봇에게 물어봤다

하루 / 기사승인 : 2023-01-25 08:5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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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성공잣대, 내 삶의 행복을 느끼는 것이 더 중요

필자 하루의 ‘하루수다’는 일상생활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하루의 수다를 푸는 형식으로 올리는 글입니다. 특히 하루는 일본어로 ‘봄’이라는 뜻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필자 하루와 함께 일상생활의 수다를 풀어볼까 합니다. (편집자의 주)

  한국교육은 어떤지 챗봇에게 물었다. 출처=하루수다

 

한국사회에서 학벌은 굉장한 무기다. 소위 ‘스카이’라고 일컬어지는 명문대에 들어가는 것이 성공의 척도로 여겨진다. 명문대를 거쳐 사회적으로 잘 알려진 대기업이나 의사, 변호사 등 일명 ‘사’자가 들어가는 직업을 가졌을 때 드디어 ‘성공’이라는 말을 한다. 엄마들은 돈과 ‘빽’을 동원해 성공의 추월차선에 올라 타 보겠다며 치맛바람을 휘날린다.

당연히 공교육은 묻히고 일타강사의 족집게 강의가 판을 친다. 좋은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 과도한 사교육으로 이어지는 형국이다. 모 언론은 이런 명문대 진학을 중시하는 열풍을 ‘황금티켓 증후군’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최근에 미국에서 만들어진 인공지능(AI) 챗봇이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AI라고 하기엔 너무 사람같이 대답해준다. 원하는 질문에 막힘이 없다. 글도 써주고 통계도 내준다. 나아가 컴퓨터 코딩도 자유자재로 해준다. 나는 이 챗봇이 궁금해졌다. Open AI ChatGPT라는 건데, 인터넷에 들어가 아무나 접속해 대화할 수 있다.

난 챗봇에게 물어봤다. “한국교육에 대해 얘기해줘” 그랬더니 챗봇이 5초만에 답을 내놓았다. 그런데 좀 충격적이다. 챗봇이 내놓은 대답 중에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교육열 문제가 언급되었기 때문이다. 챗봇은 “한국은 전통적으로 너무나 강한 사교육을 가지고 있는 나라”라며 “명문대에 들어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한다”고 대답했다. 또 “한국의 많은 학생들이 정규 과정을 보충하기 위해 입시준비학원(Cram School)에 다닌다”고도 했다.

이 얼마나 기막힌 일인가? 사람도 아닌 인공지능 챗봇이 우리나라 교육 문제를 이리 신랄하게 까발리다니.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해 11월 흥미로운 기사 하나를 송출했다. 한국의 교육열이 사회를 퇴보시키고 있다는 내용이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현대 노동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가성비 최악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학습과정이 바뀌고 교육 평준화를 지향한다해도 결국은 사교육에 목맨다.

정말 자녀들의 행복이 명문대 입학에 달려있는 걸까? 아이들의 의견은 ‘성공’이라는 허울 좋은 단어 속에 쉽사리 묻힌다. 자녀들이 ‘한 번 잘 해보고 싶은 게’ 비단 공부 뿐 만이 아닐텐데 부모들은 외면한다. 어느 엄마가 자녀의 실패를 바라겠는가? 성공에 대한 잣대가 너무 획일적이어서 꼭 그 길이 아니면 안 된다는 ‘군중심리’ 같은 것은 아닐까?

이번에 발표된 한 여론조사 결과는 그나마 위안이 된다.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22년 교육 여론조사’에 따르면 명문대에 들어가거나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보다,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된 것이 자녀 교육의 성공이라고 믿는 국민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서 자녀 교육에 성공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느냐’고 물었더니, ‘자녀가 하고 싶은 일이나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됐다’는 응답이 25.8%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자녀가 인격을 갖춘 사람으로 컸다’가 22.7%였다. 지난 2015년 똑같은 조사에서는 ‘좋은 직장에 취직했다’와 ‘명문대에 들어갔다’가 상위권에 있었다.

성공에 대한 잣대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참 다행스럽다. 조사에 참여한 한 연구위원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명문대를 가거나 대기업에 취업하는 게 국가나 개인을 위한 성공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올바른 인격을 갖추고 적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해 일하고, 좋은 동반자를 만나 같이 살아가면서 삶의 행복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래, 앞으로는 제발 더 그랬으면 좋겠다. ‘SKY캐슬’ 같은 드라마에 공감하지 않는 세상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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