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金 Talk] “입학준비금, 속 빈 강정?”

권일구 / 기사승인 : 2023-06-30 09: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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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디서 쓸 물건인고?

19金 Talk’는 편집장이든 구독자이든 누구든지 자유로운 주제를 통해 갑갑하거나 닫힌 마음, 즐겁거나 슬픈 나만의 이야기를 한 주를 마감하는 금요일 열어보자는 뜻으로 마련한 장소입니다. 해브투 뉴스는 단순히 취재와 보도 끝나지 않고 서로의 기쁨과 아픔을 공유하며, 다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열린 소통의 모임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참여 기다리겠습니다. (편집자의 주)

 출처=해브투뉴스

 

지난해 초등학교를 졸업한 막내는 올해 중학교에 새로 입학했다. 성인인 큰 애 하고 막내는 나이차이가 많아서인지 친인척분들이 막내에게 가방이며, 학용품, 용돈 등을 쥐어 주셨다. 정말이지 큰 애는 어떻게 키웠는지, 중학교를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이 가물하다.

하여튼, 막내는 그렇게 첫 째의 중학교 후배가 됐다. 우와 나라에서 교복비까지 지원해준다고 하니 정말 세상이 좋아졌구나 싶다.

그러고 하나 더, 입학준비금을 신청하라며 문자가 왔다. 이게 벌써 지난 2월 초였으니, 거의 5개월이 지나 생각이 났다. 신청은 이미 해뒀었고, 이제 사용하는 일만 남은 것이다. 금액은 2만1000원. 이 돈이라면 아이들 문제집 한 권 사고, 남은 금액으로 학용품 정도 살 수 있겠다. 그래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제로페이를 통해 이 금액을 사용할 수 있으니 간편하기도 하고, 이제 사용처만 찾아가 쓰기만 하면 된다. 며칠 전 퇴근길에 아내로부터 도움의 요청이 들어왔다.
“자기야, 들어오는 길에 oo이 영어책 좀 사다줘, 그리고 샤프심하고 지우개도 같이...”

냉큼 시내 대형 서점으로 달려갔다. 제로페이도 사용가능한 곳이었기에 의심할 여지도 없이 물건을 구입하고 ‘바코드’를 내밀었다.

“고객님, 결제불가입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다시 확인했지만 똑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나중에서야 “저희는 입학준비금은 쓸수 없습니다”라고. 답답한 마음에 다른 서점으로 이동했다. 수유를 거쳐 노원까지 돌아온 대답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였다.

사용처를 미리 알아보지 않고 돌아다닌 내 자신이 바보 같았다. “이게 얼마나 된다고 내가 이 고생을 하고 있냐” 점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어플을 살펴봤다. 한숨이 나왔다. 입학준비금 사용이 가능한 곳이 큰 돈이 들어가는 가전제품, 기성복, 일부 안경집 등이다. 정작 학생들이 자주 방문할 편의점이나 서점, 문구점 들은 찾으려야 찾을 수가 없다.

포털창에 ‘입학준비금’을 쳐보니 장점 보다는 단점을 성토하는 글이 부지기수다. “도대체 어디서 써야하나요”, “쓰라고 준 거 맞나요”, “가전제품 사라고 주셨나요”, “애들 옷은 못사고 어른 옷만 있는 곳이네요” 등등이다.

동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조그마한 문방구를 겨우 찾았다. 그런데 거기서 무얼 살 수 있을까?
샤프심과 지우개만 2만1000원어치 사야하나?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 ‘입학지원금’을 주는 것은 백 번 감사하고 또 감사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도대체 어디서 써야 한다는 말인가?

우리나라 속담에 속에는 아무 실속이 없이 겉만 그럴 듯한 것을 비유하는 ‘속 빈 강정’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의 ‘입학지원금’ 제도야 말로 속 빈 강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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