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하루의 ‘하루수다’는 일상생활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하루의 수다를 푸는 형식으로 올리는 글입니다. 특히 하루는 일본어로 ‘봄’이라는 뜻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필자 하루와 함께 일상생활의 수다를 풀어볼까 합니다. (편집자의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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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모습 출처=해브투뉴스 |
평일 오후 시내에 나온 김에 근처 서점에 들렀다. 광화문 한복판 인지라 대형 서점이 코 앞이었다. 도심에서도 서점을 찾기 힘든 요즘, 행운이었다. 평일 오후인 까닭인지 서점은 한산했다. 에세이집을 모아 놓은 진열대 앞에 서 있는데 직장 선후배로 보이는 두 여자가 정겨운 대화를 나눈다.
“책을 사도 책을 읽지 않아요” 후배로 보이는 여자가 말했다. 선배는 “나도 그래”하면서 뭔가 발견한 듯 한껏 톤을 높여 “어, 이 책 내가 말했던 그 책이야” 후배는 재빠르게 책을 집어 들며 “재밌어요”하니 선배가 대꾸한다. “모르지”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깔깔 웃는다.
그 모습이 얼마나 유쾌한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모르긴 해도 두 여자는 책은 사는데 잘 읽지 않는 그런 유형이구나 생각했다. 그나마 서점에서 책을 찾는 사람들이니 독서에 대한 기본 열정은 있겠구나 싶었다.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은 책을 통 읽지 않는다. 책과는 무슨 원수가 졌는지 철저히 외면하고 등지며 산다. 그 자리를 PC와 모바일이 대신하고 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안다. 사람들 대부분이 휴대폰에 머리를 콕 박고 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즐긴다. 간혹 SNS를 하거나 포털 뉴스를 검색하는 사람도 보인다. 휴대폰에 신줏단지를 모셔 놓았는지 하나같이 고개를 숙인 채 무표정한 얼굴로 주위 시선을 따돌린다.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정이 이러하니 인기 OTT 드라마는 알아도 베스트셀러 책은 뭔지 모른다. 아니 관심조차 없다. 사회가 단체 최면에 걸린 것처럼 그저 빠르고 보기 쉬운 것만 득세한다. 문맹의 길이 따로 있을까? 아이로니컬하게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문맹률이 가장 낮으면서 OECD 국가 중에 독서율이 가장 낮다.
우리나라 독서 인구는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성인 열 명 가운데 너댓 명은 일 년에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영화, 드라마와 인터넷에 넘쳐나는 정보를 다 습득하기에도 바쁜데 고리타분하게 무슨 책이냐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책을 읽는 성인만 놓고 봤을 때 그들의 독서량은 크게 줄지 않았다고 한다. 책을 읽는 사람은 여전히 읽지만 읽지 않는 사람은 읽지 않는다는 말이다. 결국, 습관의 문제다.
몇 달 전 SNS에서 ‘웃픈’ 일이 벌어졌다. 한 기업이 SNS를 통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글을 올렸는데, 이를 본 네티즌들이 “하나도 안 심심하다” “심심하다고 해서 더 기분이 나쁘다” 등의 댓글을 단 것이다. ‘심심하다’를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는 뜻으로 이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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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진열되어 있는 서적들 출처=해브투뉴스 |
그러나 다 알고 있듯이 사과문에서의 ‘심심(甚深)하다’는 지루하다는 의미의 ‘심심하다’가 아니다. ‘심할 심(甚)’ 자와 ‘깊을 심(深)’ 자가 사용돼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심심한 사과’는 ‘깊고 간절한 사과’를 뜻하는 것이다. 언론은 앞다퉈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어휘력과 문해력이 이 정도일줄 몰랐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너무 바빠서 서점에 가기 힘들다는 사람들이 많다. 서점에 가지 못하니 독서도 힘들다는 얘기다. ‘비겁한 변명’으로 들린다. 모바일 스토어에 다양한 독서 플랫폼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관심만 있으면 전자책을 사서 모바일로, 또는 전용기기로 읽으면 된다. 책 한 권 다운로드하는데 1분도 걸리지 않는다. 종이책보다 가격도 싸다. 시대가 바뀌어도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은 오히려 더 좋아진 거다.
종이가 가지고 있는 책의 향기, 질감, 사각거리는 소리가 그립다면 가끔은 ‘습관적으로’ 가까운 서점을 방문해도 좋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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