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가보소] 선생님 저는요.. 방학이 오는게 싫어요

전진혁 기자 / 기사승인 : 2023-11-14 11: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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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가보소]는 한부모가정의 양육자 및 아이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는 코너입니다. 기자가 직접 가서 보고 소통한 글이며, 최대한 각색 없이 날것을 지향합니다. 평소 말하지 못했던 사연, 그들의 어려움을 공감하며 작성한 글로, 상황에 맞게 인물사진은 모자이크 처리 될 수 있습니다.[편집자의 주]

청소년 문화센터 관계자 소개로 안산에 있는 한부모가정을 방문했다.

어머니와 중학생 아들이 같이 살고 있는 모자가정이고 어머니는 건물 계단청소 용역업체에 일을 하고 계신다.

집 근처에서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고, 아직 일이 끝나기 전이라 먼저 가있으라는 답을 들었다. 혹시나 아이가 당황하거나 경계심을 갖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미리 아이에게 말을 해놓았다고 금방 오시겠다는 다짐을 받았다.

 

근처 대형마트가 있어서 아이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사서 집으로 향했다.

여러 인터뷰를 했지만, 아이만 있는 집에는 처음 가보는 터라 솔직히 걱정이 되긴 했다.

 

< 설명 : 방과 후 어머니를 도와 부업하는 박OO군 >

 

초인종을 누르고 신원을 밝히자, 아이가 문을 열어줬다.

 

"안녕하세요. 안산 OO중학교 1학년 박OO(13세) 입니다"

 

처음 보자마자 박력있게 말하는 모습에 순간 당황했지만, 아이의 밝고 씩씩한 모습에 매우 흐뭇했다. 정말 예의바른 친구구나 하는 생각에 손을 건네 악수를 청했다.

 

집에 들어가자 한쪽 구석에 상자가 쌓여있고 바로 앞에  스티커와 비닐봉지가 가득 있었다.

뭐하고 있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엄마를 도와 부업을 한다고 했다. 청소하는 엄마가 다리가 안좋아서 오래 앉아있지 못해 본인이 미리 해놓는 편이라고.. 

그리고 은근히 재미있다는 말과 함께.

어린 친구가 생각하는게 너무 기특해서 나또한 자리를 깔고 같이 작업을 시작했다.

 

40대 후반인 아저씨라 학교생활, 교우관계, 좋아하는 운동, 날씨얘기 등 정말 진부한 질문을 던지며 작업을 이어나갔다. 그러다 겨울방학이 오면 좋겠다고 말을 꺼내자, 

 

"선생님. 저는요 방학이 오는게 싫어요" 

"학원을 안다녀서 쉼터에서 하루종일 있는것도 지루할때가 많구요, 엄마 올때까지 집에서 혼자 있기가 싫어요"

 

집인근에 공장단지가 있어 아이들을 위한 복지시설이 낙후된 편은 아니였다. 그렇지만 하루종일 쉼터나 수련관에 있을 상황은 안된다고 한다. 쉬고 싶을때도 자고 싶을때도 있지만 시설에서는 아무래도 불편한점이 많다고 한다.

 

더 말을 이어가고 싶었지만, 어머님께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셔서 그 어린 친구와의 인터뷰는 끝이 났다.

어머님과 현실에 대한 고충을 얘기하면서 가슴 한켠에는 이 어린친구의 말이 계속 걸려서 조심스럽게 어머님과 아이에게 물었다.

 

이건 겨울방학에 회사가 한달정도 필리핀 국제학교 캠프를 진행하는데, 혹시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 외국인 친구들과 영어공부도 하고 실컷 놀 수도 있는 과정이라고.

물론, 모든 비용은 무상으로 해주겠다는 말과 함께. 

 

어머님은 그래도 되겠냐며 미안해 하셨지만, 아이는 오늘 본 중에 최고로 행복해했다.

내일 직원들에게 어찌 말해야 할까.. 고민스러웠지만 그 친구가 타준 올해 최고로 맛있는 커피 한잔의 기억을 새기며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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